[르포] NFT 시장 뛰어든 하나은행… 전시회 가보니

매체
IT조선
날짜
2023/07/19
하나아트뱅크X조성희 특별전
"미술품 NFT는 시장도 있고 투자자도 있는데, 제도가 없어서…"
미술품과 재테크를 결합한 ‘아트테크’가 금융권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미술품은 진위 판단을 위해 출처나 소유권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명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곳이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미국 가상자산 분석 기업인 메사리에 따르면, 2022년 미술품 NFT(대체불가토큰) 시가총액은 2022년 140억달러(약 18조원)에서 10년 후 1조4000억달러(약 1800조원)으로 100배 가량 늘어 실제 미술품 시장 규모와 비슷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금융사들도 미술품과 NFT 결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 미비로 적극적인 비즈니스 확장까지는 손을 못 대는 상황. 이달 하나은행이 서울 강남 한 전시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디지털 아트 행사도 비슷한 분위기다.
현장에서 만난 한 행사 관계자는 "금융사 제휴 서비스라 해도 아직 관련 법령이 미비해 NFT를 거래할 수는 없다"며 "향후 토큰증권(STO)이나 NFT에 대한 규제가 명확해지면 유통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미술품 신탁이 가능한 ‘하나아트뱅크’를 출범하는 등 아트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기업 ‘트랙체인’과 미술품 NFT 거래 플랫폼인 레드아트 애플리케이션(앱)도 공동 개발했다. 해당 앱을 통해 미술품 소유 증명을 위한 NFT를 발행한다.
강남 삼성동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장을 찾아 하나은행의 아트뱅킹 진행 상황, 분위기를 점검해 봤다.
하나은행은 지난 4일부터 조성희 작가와 함께 ‘셰어 유어 해피니스(Share your Happiness: Ticket to paradise)’라는 이름으로 ‘하나아트뱅크X조성희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 전시회를 통해 관람객에게 미술품 전시부터 유통까지의 ‘아트뱅킹’ 서비스를 체험하게끔 하고 있다.
관람은 무료다. 선착순 2000명에게는 조성희 작가의 대표작품 4종이 디자인된 아트엽서 세트가 제공된다. 엽서 세트를 받으려면 하나은행의 스마트폰뱅킹 앱인 하나원큐를 다운받아 회원 가입해야 한다.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 엽서 쿠폰을 발급받으면 직원 확인 후 엽서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미술품 구매와 동시에 NFT를 발행할 수 있다. 조성희 작가의 작품을 구매한 뒤, 해당 작품 오른쪽에 위치한 QR코드를 스캔한 후, 레드아트 앱에서 구매 대기를 신청하면 된다.
앱에서 구매를 청약하면 5분 안에 대기번호가 적힌 예약 NFT가 발급된다. 오프라인에서 계약서를 작성한 후 구매가 확정되면 이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작품 이미지의 NFT도 발급된다.
작품은 소장용으로 직접 수령하는 것과 신탁 상품으로 구입하는 것, 둘 중 하나의 형태로 구매할 수 있다. 신탁 상품으로 구입시 작품은 하나은행 수장고에 보관되고, 은행 상품으로 체결된 신탁 계약 증서가 NFT 형태로 발급된다.
전시 작품을 구매한 모든 고객은 조성희 작가의 디지털 아트 NFT를 사은품으로 받을 수 있어 모바일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레드아트 앱 내 디지털 지갑에도 ‘대기’, ‘기념’, ‘신탁 증명’ 등 다양한 분류로 NFT가 발급된다.
전시장에서는 실제 작품을 구입하지 않고도 미술품 NFT를 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관객 참여로 완성된 작품의 NFT를 발급받는 ‘지상낙원으로의 초대장(Ticket to paradise)’이라는 이벤트다. 모든 관람객이 한지 스티커를 활용, 전시가 종료될 때까지 하나의 캔버스를 꾸민다.
해당 작품으로 NFT를 받으려면 미술품 구매와 마찬가지로 레드아트 앱을 다운받아야 한다. 전시회 기간 관람객이 참여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면 기념 NFT가 발행된다. NFT는 전시회 종료 후 한 달쯤 지나 레드아트앱 내 디지털 지갑으로 들어온다.
다만 레드아트가 가상자산 거래소로 허가받은 플랫폼은 아니기 때문에, 구매한 작품의 NFT나 이벤트로 받은 NFT, 모두 판매가 불가능하다.
하나아트뱅크는 올 1월 최영욱 작가와 진행한 기획전에서는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를 통해 실제 거래가 가능한 NFT를 발급한 바 있다. 해당 NFT는 현재 7~8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번 전시회에서는 업비트 대신, 직접 플랫폼을 개발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 때문에 고객들은 이번에 받은 NFT는 소장용으로 만족해야 한다. 현재까지 디지털자산 시장은 발행과 유통, 환전의 분리가 엄격하다.
금융기관이 NFT 유통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금융기관이 개발한 자체 플랫폼에서 NFT 유통 과정이 한 번에 이뤄지게 되면 독점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NFT가 가상자산 범주에 들어가는지 논의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1월에는 자사 NFT 플랫폼이 없어 업비트를 통해 NFT를 발급했다"며 "아트뱅킹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 이번에는 자사가 개발에 참여한 플랫폼을 통해 미술품 NFT를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는 28일까지 진행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된다. 오후 3시에는 30분간 도슨트도 진행된다.